[이코노믹데일리] 미국이 한국, 일본, 네덜란드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한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략자산으로 거론되는 반도체와 관련한 국제 분쟁이 고조되며 우리 기업들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현지시간) 람 이매뉴얼 일본 주재 미국 대사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매뉴얼 대사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는 13일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일본뿐 아니라 한국·네덜란드 등과의 협력도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가하는 이유는 첨단 기술에서 추격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을 따돌리기 위해서다. 미국은 '동맹과 함께 중국을 주요 공급망에서 배제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지난해에는 한국·일본·대만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를 구성하고 중국을 포위하는 구도를 만들기도 했다.
중국은 반도체 자국굴기에 나서고 있지만 국제적인 공조로 기술 개발 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5일부터 8일(현지시간) 진행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 대거 불참하기도 했다.
이날 이매뉴얼 대사가 언급한 국가 중 한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떠받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네덜란드는 반도체 노광장비 생산기업인 ASML이 위치한다. 일본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기계·소재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있어 공급망과 연관돼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까지는 미국 정부로부터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관련 동참 요청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구상하는 것은 '공급망'이고, 국내에는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출하는 업체가 없는 만큼 연관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반면 네덜란드와 일본의 경우 미국 방침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기업들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전체 낸드의 40%를,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다렌에서 D램과 낸드를 각각 50%, 30%씩 생산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이 차지하는 한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39.7%에 달한다.
통신은 "중국 정부가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에 맞서 주변국과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라면서도 "한국이 반도체 수출 제한 합의에 동참하면 중국 산업을 더 약하게 하는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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