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MA에 대해 네이버 지식백과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플라스틱 재료 중에서는 발군의 투명성과 내광성이 있으며 기계적 강도와 성형성의 밸런스가 좋다’. 이렇게 용도가 많은데 가격은 유리나 강화 플라스틱보다 저렴하다 보니 수요도 많다.
시장예측 전문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이 지난해 6월 내놓은 보고서 ‘세계의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 시장 예측(-2027년)’은 전 세계의 PMMA 시장 규모가 2022년 48억 달러에서 2027년에는 6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건설과 자동차, 광섬유를 포함한 일렉트로닉스 분야에서의 사용량 증가가 PMMA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PMMA 자체는 적합한 곳에서 용도에 맞춰 사용하면 문제 될 게 없는 화학 소재다. 그런데 PMMA의 약점을 무시한 채 사용된 곳에서 이외의 일들이 동시에 벌어지며 대형 재난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의 마지막 평일인 12월 29일 금요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방음(防音) 터널 화재가 바로 그것이다.
철제 H빔을 따라 길이 800m의 터널을 둘러싸고 설치된 PMMA가 붉은 화염과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며 불타는 모습은 누군가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모습을 온 국민이 지켜보던 과거 이태원 할러윈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전파를 통해 그대로 전달됐다.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5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터널 안에 있던 자동차 45대가 불탔다.
이 재난의 시작점은 이날 오후 1시 49분경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에서 인근 갈현고가교에 설치된 방음 터널 내부를 지나던 폐기물 수집 트럭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이 불은 트럭 뒤에 잔뜩 쌓인 폐기물로 옮겨갔고, 그 불이 PMMA 방음터널 천장으로 옮겨 붙은 것이다.
PMMA는 폴리카보네이트와 함께 방음 터널 자재로 자주 쓰이지만, 화재에 취약하고 불에 타면 유독 가스가 발생한다. PMMA의 인화점은 약 250도(이하 섭씨)로, 폴리카보네이트(약 450도)보다 훨씬 낮다. 게다가 PMMA는 한 번 불이 붙으면 녹아내린 뒤에도 계속 불타는 속성이 있어 방음 천장 아래에 있던 차량들을 태우는 불쏘시개가 돼버렸다.
국토교통부·환경부의 방음 터널 관련 규정은 인근 주민들의 소음 민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운전자 안전은 들여다볼 여지가 없었다. 여기에 우연한 차량 화재, 하필 폐기물에 옮겨 붙게 된 불, 높이 실은 폐기물이 불타며 순식간에 불길이 옮겨 붙은 터널 천장재, 게다가 방음 터널 내 사고 발생 시 추가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터널 진입 차단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더욱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몇 달 전에도 우리는 서울 이태원에서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다. 특정한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이 사람 저 사람의 작은 실수, 잘못된 판단들이 한 지점에 모여 마치 바다에서 파도가 한 지점에 몰리면서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과 비슷하다.
대형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해석법이 ‘하인리히의 법칙’ 또는 ‘1:29:300’의 법칙이다. 어떤 대형 사고가 벌어지기 전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가, 수백번의 징후가 있었다는 것을 뜻하는 통계적 법칙이다. 이는 지난 1931년 미국의 보험사에 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펴낸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A Scientific Approach)’이란 책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난 2020년 8월에도 수원 광교신도시 하동IC 고차차도에 설치된 길이 500m 방음 터널에서 발생한 승용차 화재로 불길이 천장으로 번져 200m 가량 터널이 소실된 사고도 소환 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승용차 화재에도 천장까지 타버리는 PMMA 방음 터널이 전국적으로 52개 있다고 한다. 계묘년 새해에는 같은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미한 사고들, 수 백번의 징후와 '헤어질 결심'을, 더이상 '방심은 없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적어도 방음 터널에서 같은 사고가 삼세번은 없어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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