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2022년은 'M&A의 해'…새해에도 '대어' 뜬다

성상영 기자 2022-12-26 17:47:30
롯데·한화·대한항공 등 대형 M&A 잇따라 한국조선해양도 STX중공업 인수 출사표 삼성·SK 참여하는 반도체 '빅딜說'도 계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코노믹데일리] 곧 저무는 2022년은 인수합병(M&A)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재계 순위 상위권을 차지한 굵직한 기업이 잇따라 M&A 시장에 뛰어들면서다. 급격한 산업계 지각변동에 대응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기업의 움직임은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한화·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한진(대한항공) 등이 현재 대형 M&A를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는 동박 소재 기업 일진머티리얼즈, 한국조선해양은 선박용 엔진 제조업체 STX중공업 인수를 각각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지난해 시작돼 현재진행형이고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본계약 체결로 마무리 단계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0월 일진머티리얼즈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2조7000억원으로 롯데케미칼은 지분 53.3%를 확보한다. 석유화학에 치중한 사업 포트폴리오(구성)를 암모니아·수소,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등으로 다변화한다는 목적이다.

의지는 좋았으나 그 무렵 터진 '레고랜드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강원도가 지분 44%를 출자한 레고랜드 시행사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부도 처리되자 지방정부가 지급을 보증한 채권조차도 불안하다는 시장 심리가 급속히 확산했다. 채권시장 자금 경색은 건설업계에 직격탄을 날렸고 롯데건설은 다른 계열사로부터 긴급 자금을 수혈받았다. 롯데케미칼은 5000억원을 롯데건설에 단기 대여했다.

여기에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롯데케미칼 실적마저 곤두박질치면서 '승자의 저주'까지 우려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분기 423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1조2000억원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롯데지주와 롯데물산이 총 5400억원을 투입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해 급한 불은 껐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2월까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잔금을 치러야 한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순항 중이다. 지난 16일 본계약을 체결하며 8부 능선을 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 방산 계열사가 약 2조원을 출자한다. 내년 3월 말 주식 취득이 마무리되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해 산업은행(28.2%)을 넘어 최대주주가 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은 별 탈 없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본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독점 우려가 없어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인수 주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의 자금력도 탄탄한 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은 예상 외로 지지부진하다. 2020년 11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동걸 당시 KDB산업은행 회장 간 '담판'으로 M&A가 전격 발표된 이후 2년 넘게 답보 상태다.

M&A 지연은 해외 경쟁당국 심사라는 벽을 아직까지 넘지 못한 탓이다. 미국과 영국은 두 회사 간 합병에 대해 "경쟁 제한 가능성을 더 살펴보겠다"며 승인을 미뤘다. 앞으로 필수 신고 국가인 EU, 중국, 일본으로부터 심사를 받아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난항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과 유럽·미국 등을 오가는 장거리 노선에 외항사 유치에 나섰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STX 인수에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 초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EU가 기업결합을 불허하며 고배를 마셨으나 이번에 선박 엔진 분야로 눈을 돌렸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STX중공업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적인 인수 절차는 내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복수의 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하는 만큼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현재 STX중공업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내년 1분기까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을 인수하면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와 시너지가 예상된다. STX중공업은 선박용 디젤 엔진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엔진 제조에 경쟁력을 갖췄다. STX중공업 인수로 엔진 생산 설비를 효율적으로 가동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산이다.

현재 진행 중인 M&A 절차가 내년에도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삼성과 SK도 주자로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 전자·반도체 등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불황을 타개할 승부수로 M&A에 나설 것이라는 '빅딜설(說)'이 심심치 않다.

그러나 '빅딜'은 여전히 호사가들의 희망사항으로만 남은 모양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제가전제품박람회(CES)에서 M&A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았다. SK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인텔로부터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한 데 이어 영국 반도체 기업 ARM 인수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일단은 풍문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