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베 수교 30주년]①효성, 기회의 땅 베트남서 '제2 도약' 꿈꾼다

성상영 기자 2022-12-27 01:01:00
조현준 회장이 점찍은 베트남, 동남아 허브로 개혁·개방 기류와 사업 확장 수요 맞아떨어져 꾸준한 투자·현지화 '결실'…미래 투자도 '꿈틀'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효성 베트남 공장[사진=효성]


[이코노믹데일리] 효성은 베트남을 새로운 글로벌 전초기지로 낙점하고 투자를 지속해 왔다. 오너 3세인 조현준 효성 회장은 전략본부장(사장)인 2000년대 중반 베트남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고무나무만 가득한 땅에서 베트남 최대 규모 중화학 공장을 이루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을 해야 했다. 효성은 베트남에서 제2 도약에 나섰다.

베트남은 해외 생산기지 후보지를 물색한 효성이 최우선 순위로 검토한 국가다. 남중국해를 통한 해상운송이 활발해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진출할 수 있다. 특히 인구 50%가 20~40대로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력이 풍부하다. 베트남 정부는 이러한 점을 십분 이용해 외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이를 통해 경제 발전을 꾀했다.

◆현지화 전략과 뚝심 있는 투자로 '제2 거점' 결실

효성은 섬유와 산업자재, 건설, 중공업, 무역 등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 국내사업장과 더불어 중국과 동남아시아, 유럽, 북미와 남미 등 전 세계에 해외사업장을 뒀다. 베트남은 중국에 이어 효성의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비중을 키우는 중이다.

효성은 높아지는 원가 부담을 해결하는 동시에 전 세계로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절실했다. 조현준 회장은 계열사 경영진과 함께 공장 부지를 둘러보며 베트남 진출을 이끌었다. 2007년 호치민 인근 동나이성(省) 연짝공단에 베트남법인을 설립하고 2015년에는 그 옆에 동나이법인을 세웠다.

베트남 진출에 앞서 효성은 현지 사정을 파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조 회장이 직접 베트남을 수시로 방문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비롯한 당국자를 만났다. 베트남은 '포스트 차이나(중국 이후)'의 대안으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가졌다는 게 조 회장이 내린 결론이었다.

효성이 베트남이 처음 진출한 2000년대 중반은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개혁·개방에 한층 속도를 높인 때였다. 베트남 정부는 토지 임대료와 법인세를 감면해주며 외투 기업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는 새로운 글로벌 생산 거점을 원하는 효성의 속사정과 꼭 맞아떨어졌다.

현재까지 효성이 베트남에 투자한 금액은 18억 달러(약 2조4000억원) 수준이다. 효성베트남에서는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타이어보강재, 나일론 원사, 산업용 원사 그리고 모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스판덱스 공장과 타이어코드 공장은 효성의 글로벌 생산기지 가운데 단일 공장으로는 최고 생산 능력을 보유했다. 스판덱스는 85% 이상이 폴리우레탄으로 이뤄진 합성섬유로 탄성이 높아 여러 기능성 의류에 쓰인다. 부가가치 또한 높아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며 효성그룹에서 효자 노릇을 해왔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 내구도를 높이는 뼈대 역할을 하는데 효성은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효성은 베트남 스판덱스·타이어코드 공장에 일관생산 방식을 도입해 효율화를 꾀했다. 원료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비용은 낮추고 생산성은 높였다. 그 결과 효성베트남은 4조원 넘는 매출을 일구며 제2 글로벌 생산기지라는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맡았다.

효성의 대(對)베트남 투자는 꾸준히 이뤄졌다. 효성은 2018년부터 남부 바리아붕따우성에 13억 달러(1조7000억원)를 투자해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을 생산하고 있다. 중부 광남성에는 3억 달러(4000억원) 투자해 타이어 보강재와 자동차 에어백을 생산 중이다. 지난해에는 북부 박닌성에 1억 달러(1300억원)를 들여 현금인출기(ATM) 제조 공장을 설립했다.

베트남 진출이 성공하기까지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 효성은 현지인 중심 운영 방침을 세우고 1만 명에 육박하는 현지 인력을 채용했다. 생산, 품질 관리, 영업을 비롯한 사업의 각 단계마다 국내외에서 축적한 경영 노하우를 베트남에 전수했다. 이를 통해 베트남 노동자들이 관리자로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효성화학 베트남법인 '효성 비나 케미칼' 공장[사진=효성]



◆이제는 미래에 투자할 때…'디지털 전환' 가속화

효성은 기술과 품질을 바탕으로 글로벌 고객사 요구에 귀를 기울이며 베트남에서 영향력을 강화해 왔다. 또한 연 평균 1억 달러 이상을 꾸준히 투자한 결과 베트남 정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 진출 15년 만에 핵심 기업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앞으로도 해외 투자 우선 순위를 베트남에 둔다는 게 조 회장의 생각이다. 효성은 광남성에 있는 타이어 보강재 공장 옆에 추가로 부지를 임대해 첨단소재 생산시설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남부지역에도 설비를 확충하고 섬유 원재료에서 최종 제품에 이르는 일관생산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중장기 투자 계획도 윤곽을 드러낸 상태다. 최근 베트남 정부가 인프라 확충에 공을 들이는 기조에 맞춰 전력 기자재 공급과 도시 기반 시설 사업 등에 투자를 검토 중이다. 또한 정보기술(IT)과 핀테크 분야로도 투자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베트남 생산기지를 스마트공장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높인다. 스마트공장은 IT를 활용해 공장 가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고난도·고강도 업무를 자동화한 공장이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리사이클(재활용) 섬유 사업을 확대하고 사업장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