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배터리부터 자동차까지...인니에 빠진 산업계, 이유는?

문은주 기자 2022-11-25 09:35:25
SK온, MOU 맺고 인니 내 니켈 중간재 생산법인 설립
[이코노믹데일리] 인도네시아(인니)가 신성장동력을 추구하는 국내 기업들의 제2 전초기지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배터리 등 주요 산업의 주재료 매장량이 상당한 데다 정부 차원의 경제적 혜택 등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SK온은 2차전지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 중국 전구체 생산기업인 거린메이(GEM)와 함께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인도네시아 니켈 중간재 생산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3사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주 모로왈리 산업단지에 니켈 및 코발트 수산화혼합물(MHP) 생산공장을 짓고 2024년 3분기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목표 생산량은 연간 순수 니켈 3만톤이다. 전기차 배터리 약 43GWh(기가와트시), 전기차 기준으로 약 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신영기 SK온 구매담당(앞줄 가운데), 박상욱 에코프로 부사장(오른쪽), 지앙 미아오(蒋淼) GEM 부총경리(왼쪽) 등 3사 관계자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인도네시아 니켈 중간재 생산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SK온]


니켈은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리튬, 코발트와 함께 가장 주요한 원소재로 꼽힌다. 니켈 비중이 높을수록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다. 배터리 업계에서 배터리 성능을 높이기 위해 양극재에 들어가는 니켈 비중을 점차 높이려는 이유다. 

3사가 생산하는 니켈 중간재 MHP는 배터리용 전구체 생산에 사용되는 황산니켈의 주요 원료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중간재 대비 안정성이 높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평가다. 

새로운 생산 기지인 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이자 매장국이다. 지난해 인니 내 니켈 생산량은 약 100만 톤으로, 세계 1위다. 니켈 매장량도 2,100만톤으로 전세계 니켈 매장량의 약 22%에 달한다. 이는 호주(약 22%)와 나란히 세계 최대 수준이다.

정부 차원의 다양한 정책도 매력적인 지점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도네시아 경제특구(SEZs)를 조성해 외국 기업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 산업 활동 활성화, 일자리 창출 촉진을 위해 경제특구를 정책 우선순위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SEZs는 투자자에게 경쟁력 있는 인건비, 세금 인센티브, 특구 내 활용 가능한 부지 확장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미래 사업의 전초기지로 낙점한 기업은 SK온만은 아니다. 현대차그룹만 해도 지난해 9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조 3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매년 전기차 15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동남아시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거점으로 삼는다는 것인데, 국내 완성차 회사와 배터리 제조사가 해외 합작 법인을 세우는 건 처음이어서 주목 받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최근 대(對)인니 투자와 한-인니 협력사업을 약속하는 10여개의 MOU가 체결된 가운데 LG그룹은 인니 신수도 투자청과 함께 새 수도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설계를, 현대차는 인니 교통부·신수도 투자청과 신수도 모빌리티 인프라(AAM·미래항공모빌리티) 건설을 합의하는 MOU를 각각 체결하기도 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최근 인니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인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양국 경제협력은 자원개발에서 시작하여 철강 등 제조업을 거쳐 배터리, 전기차, 스마트시티 등 미래형 산업으로 진화”한다며 “앞으로도 핵심광물 등 공급망 안정부터 첨단산업 협력까지 모범적인 포스트-코로나 파트너십 모델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