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한 가운데 원전 업계의 수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은 사우디 원전 수주를 놓고 러시아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입국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 및 오찬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가 회담 의제로 원전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우디 원전 수주전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사우디는 오는 2030년까지 1.4GW(기가와트) 규모의 원전 2기를 짓기로 하고 사업자를 물색하고 있다. 사업비 규모는 12조원이다. 사우디는 지난 5월 한국과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에 원전 건설 의사를 타진하는 입찰 참여 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사우디 원전 수주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달 초 빈 살만 왕세자의 형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과 화상 면담을 통해 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사우디 원전 사업에서 현재 한국과 러시아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중이다.
사우디는 한국이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등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경험'과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가 사우디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회의 등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또 하나의 변수는 미국의 입김이다. 현재 사우디는 이란의 핵개발을 견제한다는 이유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 이를 이유로 사우디 원전 수출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미국 원자력법도 문제다. 미국 원자력법 123조에 따르면, 미국 원자력 기술을 제공 받은 나라는 우라늄 농축을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국의 수출 모델인 'APR1400'은 미국 원전 업체인 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을 도입해 개발했다. 한국이 사우디에 APR1400을 수출하려고 할 때 미국 측 허가가 필요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사우디의 복잡한 관계 때문에 한국의 사우디 원전 수주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면서도 "한미 양국은 오랜 우방이기에 결국 미국이 양해를 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의 최고 실권자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오전 0시 30분쯤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한 것은 2019년 6월 이후 3년 5개월만이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회담에서 원전을 비롯해 사우디의 초대형 스마트신도시 사업인 '네옴시티' 등 도시 인프라 개발과 방위산업 등 양국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네옴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발표한 초대형 신도시 사업이자 국가 장기 프로젝트(사우디 비전 203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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