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LG전자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전장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자동차 부품 개발 과정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성능과 품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알테어와 함께 자동차 부품 성능을 검증하는 AI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9일 밝혔다. 알테어는 1985년 미국에서 설립돼 시뮬레이션, 고성능 컴퓨팅, AI 등 분야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새로 개발한 AI 플랫폼은 시계열 데이터 변환 알고리즘을 적용해 부품 개발 과정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표준화한다. 또한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분석·학습하고 그 결과를 한 눈에 보기 쉽게 시각화해 제공한다.
LG전자는 AI 플랫폼 도입으로 자동차 부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성능을 예측하고, 성능 검증 작업을 자동화해 개발 속도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품 개발 과정에서 생성된 방대한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검증·예측 정밀도 향상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완성차 또는 부품 제조사 등에서 새로운 부품 개발을 요청하면 AI 플랫폼에서 가상으로 여러 시제품을 만들고 성능까지 예측해 제품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까지는 설계자의 경험에 의존해 시험을 반복하며 부품을 설계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객사 요구 수준에 맞추는 과정이 복잡했다.
샘 마할링엄 알테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제조업 R&D에 필수로 활용되는 공학 시뮬레이션으로 수집되는 데이터 양은 매우 방대하다"며 "데이터를 통해 결과를 예측하는 표준화 플랫폼 구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장사업은 LG전자가 스마트폰과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한 뒤 신수종(新樹種) 사업으로 육성 중인 분야다. LG전자는 지난해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캐나다 마그나와 합작법인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하며 전장사업 몸집을 키웠다.
한때 VS사업본부는 2018년 1198억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1조6000억원에 이르며 혹독한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올해 2분기(4~6월) 500억원 영업흑자를 낸 데 이어 3분기(7~9월) 961억원으로 흑자폭을 키웠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전용 전기차를 속속 출시하며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다.
LG전자는 AI 플랫폼을 제품 기획부터 양산에 이르는 다양한 공정에 적용해 제품 성능과 품질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앞서 LG전자는 가전 생산라인을 스마트팩토리(지능형 공장)로 전환해 생산 효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경남 창원에 있는 LG전자 창원공장은 2017년부터 지능형 공장 구축 사업을 시작해 AI를 냉장고 등 가전 제조 공정에 도입했다. 공정 예측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이전보다 설비 고장에 따른 작업 중단 시간이 96% 줄어들었다.
은현석 LG전자 VS(자동차부품솔루션)사업본부장은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고 제한된 리소스를 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중"이라며 "AI 검증 플랫폼 개발은 신뢰성이 중요한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디지털 전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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