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심화되는 미·중 반도체 패권 대결...韓기업에 악재되나

문은주 기자 2022-08-22 17:04:53
반도체 드라이브 거는 중국...금수 조치로 맞선 미국 韓기업, 미국 투자 계획 내놔..."첨단 기술 확보해야"
[이코노믹데일리] 미·중 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제조업 활성화 목적으로 '중국 제조 2025' 이니셔티브를 내놨다. 이 이니셔티브의 목표대로라면 2030년까지 반도체 분야에서 75%의 자급률을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의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865억 달러(약 250조 3762억원) 국내외 기업의 자급률은 16.7.%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21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중국 내 반도체 소비와 제조 간 격차가 큰 탓에 반도체 자급률이 낮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과 인센티브 등을 지원해 적극적으로 공장 건설을 지원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SMIC는 올해 2분기 순이익이 5억 1430만 달러에 달하는 등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미국 제재 속에서도 7㎚(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 개발에 성공하면서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평가했다. 

SMIC가 7나노 공정을 확장해서 다른 중국 제조업체가 만든 제품에 탑재하게 되면 중국은 인공지능(AI), 고속 컴퓨팅, 5G 등의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 다만 이 기술력이 대만 TSMC 등 경쟁사들이 채택한 표준과 동일한 것인지, 자동차용 반도체 등에 대한 수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대중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네덜란드 정부와의 소통을 통해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가 중국에 구형 심자외선(DUV) 노광장치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추진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DUV 노광장치는 자동차와 컴퓨터, 로봇 등에 사용하는 범용 반도체 제조에 활용된다.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장치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보다는 구형 모델이지만 범용 반도체 생산에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상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억제하려는 금수 조치다. 디플로맷은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이 자급자족 의지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일부 나올 수 있다"라며 "중국이 전체 시장을 장악할 때까지 야망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봤다. 

미·중 갈등이 계속되면서 애꿎은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으로 최근 효력이 발효된 반도체 지원 법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혜택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증설하거나 최신 기술을 도입할 수 없어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잇따라 미국에 반도체 생산 설비를 증설하기로 한 상태다. 최악의 경우 중국의 보복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미국 정부의 '칩4 동맹' 가입 압박을 받는 등 한국 기업들이 다른 경쟁사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투자의 경우 외교 관계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을 쉽게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양산이나 SK하이닉스의 초고층 낸드처럼 시간을 두고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코노믹 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