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LG화학, ESG 기반으로 리사이클링 혁신… 과학기업 이정표 세운다

문은주 기자 2022-07-25 23:59:00
기후변화·여성진출 확대 등 사회 관심… ESG 사외이사 절반 여성 이례적 화학기업 첫 탄소순배출량 제로 목표… 배출한 만큼 재생 에너지 등 투입 폐기물 최대 99%재활용… ZWTL인증 넘어 전세계 사업장 재생에너지 전환
[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 우리는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글로벌 혁신 신약 세 가지 성장 동력에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LG화학은 전통적인 화학기업에서 나아가 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이 준비된 과학기업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LG화학이 최근 ESG(환경·사회·거버넌스) 보고서를 발간한 가운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같은 메시지로 ESG 경영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LG화학은 2020년 지속가능성 전략 수립 발표를 시작으로,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ʻ2050 탄소중립 성장’을 선언했다. 이번에 나온 ESG 보고서는 그에 대한 상세한 전략 아래 지향해온 다양한 탄소감축 활동이 담겼다.

◆ESG 위원 절반이 여성 사외이사..."다양성 확보 차원" 

LG화학은 지난해 4월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ESG 위원회는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됐다. 이사회 의장이자 대표이사인 신학철 부회장이 사내이사로서 ESG 위원회에 속해 있다.  

ESG 위원회에 속해 있는 사외이사 4인은 법률, 회계, 정치·경제, 화학 등 각각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여성 사외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하면서 4명 중 2명은 여성으로 구성했다. 
 

지난 5월 세계경제포럼 다보스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LG화학 인베스터 데이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신규 선임된 여성 이사 중 조화순 위원은 LG화학 감사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의원을 겸하고 있다. 연세대 정치외교과 교수로서 정치·경제를 아우르는 사회 분야 전문가다. 또 다른 사외이사인 이현주 이사는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경력이 있다. 현재 ESG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기업들 사이에서 지배구조 개선 등 ESG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오는 8월부터 개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시행되는 만큼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기업이 대거 늘고 있다. 다만 ESG 위원회에 속해 있는 사외이사 인원 비율을 절반 수준으로 조정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ESG 경영 관련해서 주관적으로 'ESG 관리를 잘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말하기보다는 어떤 지표나 기준을 토대로 판단하게 된다"라며 "여성 인재 채용 확대 등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국제적인 기준이나 지표 등을 고려해 전문성을 갖춘 여성 사외이사들을 모시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탄소 배출량 소폭 늘었지만...탄소중립 목표 '순항' 

국내 화학 업체가 탄소중립 성장을 발표한 것은 LG화학이 처음이다. LG화학이 추구하는 2050 탄소중립 성장의 핵심은 탄소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의 감축 활동을 벌여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에 수렴하도록 하는 데 있다. 업태 특성상 사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재생 에너지 활용 등으로 별도의 감축 활동을 통해 전체 탄소 배출량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스코프1과 스코프2를 합한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884만1025tCO2e(이산화탄소환산톤)로 807만1712tCO2e였던 직전년도보다는 소폭 상승했다. 스코프1은 기업이 직접적인 활동을 통해 배출하는 탄소량을 뜻한다. 공장을 가동할 때 나오는 매연이나 화학물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스코프2는 직접 배출 개념인 스코프1과 달리 간접적인 탄소 배출을 뜻한다. 

제품 수요가 늘면서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 목표에 맞추기 위해 단시간 내 탄소 배출량을 감축했다는 보여주기식 성과를 내기보다는 공장 가동률에 따라 당장 탄소 배출량이 늘더라도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바이오 원료 기반의 연료를 투입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춰나간다는 것이 LG화학의 구상이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탄소 배출량을 대폭 감축하기 위해 LG화학은 전세계 모든 사업장에 100% 재생에너지만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LG화학이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거나 발전 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LG화학은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공정·설비 에너지 효율화, 탄소 포집 저장 활용(CCUS) 기술 개발과 도입도 적극 추진한다.

LG화학은 2050년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배출량 수준인 1000만t으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스코프1, 스코프2와 별도로 스코프3 배출량을 추적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스코프3은 소유 자산을 제외한 간접 배출을 뜻한다. 협력사 등 해당 기업 이외에서 배출하는 탄소량과 온실가스 등이 스코프3에 포함된다. LG화학 관계자는 "협력사에서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되 데이터 수집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모델링하는 등 내부 검증 절차를 통해 (스코프3을) 측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활용 관련 인식 변화 반영"...2분기 실적 전망 긍정적

LG화학은 지난해 'E' 영역에서 재생에너지 도입을 늘리고 폐기물 재활용률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LG화학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34만 4528MWh(메가와트시)로 파악됐다. 재생에너지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직전년도 사용량(1760MWh) 대비 급격하게 늘어났다. 현재 중국에서는 재생에너지 구매 계약(PPA)을 체결해 중국 내 배터리 소재 전 밸류체인을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 중이다.

지난해 폐기물 재활용률도 전년 대비 7%p 높은 85%를 달성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 최초로 '폐기물 매립 제로(ZWTL)’ 인증을 받기도 했다.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은 폐기물 매립 대신 자원 순환에 기여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을 평가하는 국제적인 평가 지표다. 
 

ZWTL 실버 등급을 받은 LG화학 나주사업장 [사진=LG화학]


익산 양극재 사업장은 골드 등급(전체 폐기물의 95~99% 재활용)을 받았고 나주 사업장은 실버 등급(재활용률 90~94%)를 달성해 실버 등급을 받았다. 익산 사업장의 경우 제조 과정에서 사용 후 버려지는 세라믹 용기를 전량 재활용으로 전환해 지난해 발생한 폐기물 약 2100톤 가운데 96%를 재활용하고 매립률을 제로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의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열분해유 사업 등 경영활동 전반에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과 관련해서는 고객사에 납품한 배터리를 수거해 잔존 수명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재활용 배터리로 만든 전기차 충전소용 에너지 저장 장치(ESS) 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세웠다.

회사 측은 "기후변화 위기 속에 재활용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이 바뀌고 수요로 연결되면서 시장의 축이 (재활용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라며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인프라가 갖춰지길 기대하면서 스타트업이나 다른 협력사들의 협력을 통해 재활용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식물성 바이오 원료가 적용된 LG화학의 친환경 액상 소재 제품 [사진=LG화학]


한편 LG화학은 오는 27일 올해 2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고부가 화학 제품 중심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최악의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LG화학은 영업이익 5조원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최대 종합석유화학업체로서 석유화학(47%), 에너지솔루션(42%), 첨단소재(7%) 등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며 "지난해 전사 실적 개선을 견인했던 석유화학 부문의 원가부담 상승 및 수급 저하가 예상되지만 높은 고부가 제품 비중과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준을 고려하면 견조한 이익창출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