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실망과 희망의 공존'
기자가 지난 14일 부산시 벡스코에서 열린 '2022 부산국제모터쇼(이하 부산모터쇼)' 프레스데이 취재를 마친 후 느낀 감정이다.
부산모터쇼가 코로나19 여파로 4년 만에 어렵게 개최됐지만 완성차업체로는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과 BMW그룹(BMW·MINI·롤스로이스)만 참가하면서 개막 전부터 실망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부산에 본사와 공장을 둔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박형준 부산시장까지 나서 막판까지 참여를 요청했지만 끝내 불참을 결정했다.
르노코리아는 2020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예산을 더욱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부산시 관계자는 "믿었던 르노코리아까지 불참하면서 맥이 빠진 게 사실"이라며 "부산모터쇼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실제 부산모터쇼는 '속 빈 강정'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게 어떻게 국제 모터쇼인가"라며 "사실상 현대차 아이오닉 6 신차 발표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사실 국내 모터쇼에 대한 완성차업체들의 무관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열린 서울모빌리티쇼(구 서울모터쇼)에 참가한 완성차업체 역시 9개 브랜드에 그쳤다.
완성차업체들이 모터쇼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투입 비용 대비 홍보 효과가 크지 않아서다.
최근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신차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터쇼에 대한 관심이 예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참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모터쇼가 변해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모터쇼 주제를 자동차만으로 한정할 게 아니라 자율주행·배터리·UAM(도심항공교통) 관련 신기술을 보여주는 포괄적인 모빌리티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
또 국내 모터쇼가 규모 면에서 같은 아시아 권역인 상해나 북경, 도쿄모터쇼를 이길 수 없기에 '작지만 강한' 특화된 모터쇼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그나마 이번 부산모터쇼에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었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에도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이 부산모터쇼를 찾아줬기 때문이다.
부산국제모터쇼 사무국에 따르면 개막일(15일) 3만8676명이 방문했고, 토요일(16일)에는 5만8468명이 찾았다. 일요일(17일) 관람객까지 포함하면 3일간 관람객 수는 1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모터쇼는 어른들이 펼치는 기술의 장이기도 하지만 자동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어린이들의 희망의 장소이기도 하다.
기자는 개막일 당시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꼭 붙잡고 부산모터쇼를 즐기는 모습을 직접 목도했다. 국내 모터쇼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변화에 성공해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전초지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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