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국제선 하늘길이 열리면서 미소 짓던 항공업계가 고유가·고금리·고환율 '3중고'라는 암초를 만나 다시 울상이다.
28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77.08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대비 128.9% 더 늘어난 수준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20.8%가 올랐다.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 중 유류비 지출은 30~4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대한항공은 연료비로 6633억 원을, 아시아나항공은 2919억 원을 각각 지출했다. 이는 영업비용 대비 각각 33%, 30%에 달한다.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도 고민거리다. 미국 중앙은행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 역시 다음 달 사상 처음으로 0.5% 포인트 이상의 인상을 단행한다는 의미의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구매할 때 금융권의 리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자에 따른 부담이 크다. 대한항공의 경우 평균 금리가 1% 포인트 오를 때 연간 약 45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328억 원의 이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환율 상황 역시 항공사의 재무 건전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23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돌파했는데, 1300원 선을 넘어선 것은 200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비용과 유류비 등 주요 거래를 달러 등 외환으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410억 원의 환차손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 상승할 때마다 세전순이익(별도 기준)이 359억 원 감소한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도 지난주 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에 참석해 "달러 강세 현상이 부채 상환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은 유가, 금리, 환율 상승 부담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엔데믹으로 이제 막 부활의 날개를 펼치려고 하는데 또다시 악재를 맞았다. 당분간 다른 부문에서 수익성을 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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