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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천국 증권사] ①KB증권, 쓰나미 분쟁 '몸살'…소비자보호 '휘청'

신병근 기자 2022-06-15 07:00:00
5대 증권사 중 소비자 분쟁조정 건수 93건 최다 미래에셋보다 5배 많아…"LG엔솔 전산장애 민원"

[사진=KB증권]

[이코노믹데일리] KB증권이 국내 메이저 증권사 중 소비자들과 가장 많은 법적 다툼 소지를 보이면서 기업 이미지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성으로는 사상 첫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주목받는 박정림 KB증권 공동대표가 사모펀드 사태 발(發) 금융소비자 보호를 기치로 내건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실상은 잇단 분쟁조정에 몸살을 앓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현재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KB증권 대상 소비자들이 제기한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98건, 이 중 중·반복된 것을 제외해도 93건에 달한다. 5대 증권사(미래에셋·NH투자·KB·삼성·한국투자) 통틀어 최다에 해당하는데, 경쟁사들에 접수된 분쟁 신청건수 20~30여건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 고객이 신청한 23건과 비교하면 KB증권은 무려 5배가량 많은 셈이다. 현재로서는 분쟁 여지가 있는 민원 수준으로 취급될 수 있지만 향후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공산도 크기 때문에 법정 대리인 신청과 재판 관련 수반 비용을 고려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더욱 문제는 KB증권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김성현 대표와 함께 KB증권을 이끄는 박 대표가 3년여 전 불거진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로 촉발한 소비자 보호 이슈와 관련, 재발 방지를 공약하며 소비자보호총괄책임(CCO) 선임과 본부급 부서를 편제했음에도 고객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으면서다.

특히 '소비자 보호'를 키워드로 한 CEO 언급은 박 대표뿐만 아니라 KB증권이 소속된 KB금융그룹의 강조 사항이다. . 

KB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그룹 경영전략 회의에서 "고객, 사회 등 KB의 모든 이해 관계자와 상생하고 협력해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뤄지도록 노력하자", "고객 입장에서 사고하고, 고객 이익을 우선시해 KB만의 차별화된 고객 가치와 신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KB증권에 쏠린 상당수 분쟁신청 배경으로 환매 중단 논란이 지속되는 라임사태뿐만 아니라 지난 1분기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당시 전산장애 민원이 집중된 결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라임사태는 불완전판매 여부가 쟁점인 가운데 투자 피해 고객들은 KB증권의 100% 책임을 지목한 반면 KB증권 역시 사법적 검토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2조원에 이르는 라임펀드 피해액에서 KB증권은 580억원 규모를 취급한 판매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KB증권이 판매한 라임 규모가 타사 대비 작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CEO 및 기관 제재 파급과 향후 재판 결과들을 두루 살필 것 같다"며 "LG엔솔 관련해서도 전산장애 문제가 커 고객들 불만이 집중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 측은 "올해 1분기 93건 분쟁조정 신청 건수 중 LG엔솔 관련이 대부분인 약 85%로 일시적 증가"라며 "작년 연간 현황을 보면 100여건임을 확인할 수 있고, 이번 93건 중 라임사태 관련된 민원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증권사의 분쟁조정 건수는 200여건, 600여건 되는 곳도 있다"며 "LG엔솔 상장 주관사로 180만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는 서버를 기 구축했기 때문에 전산장애 관련한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라임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수익률 관리상 각종 비위가 도마 위에 오른 사건이다. 2020년 들어 라임 측이 운용하던 펀드 관련 주식 가격이 폭락하자 결국 환매 중단이 벌어져 논란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