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KCC그룹이 올해 1분기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내면서 부활 신호탄을 터뜨렸다. 부진했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딛고 한 분기만에 흑자 전환하면서 종합 화학 분야 1인자로 도약하는 모양새다. 고(故) 정상영 명예회장이 타계한 지 1년여 만에 오너 2세 경영 구도가 빠른 속도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1분기 영업익 전년比 93.1%↑...2세 경영 안착
KCC는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 6376억원, 1494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직전 분기 대비 8.5%, 전년 동기 대비 20.2%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도 직전 분기보다 100.8%, 전년 동기 대비 93.1% 증가했다. 순이익은 322억원으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
업계 전망을 웃도는 성적이다. 작년 4분기와 분위기가 달라졌다. KCC의 2021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5097억원, 683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8% 증가했으나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당기순손실은 2375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 기대 속에 매출과 이익 모두 증가했지만 물류비 증가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올해 좋은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KCC의 2021년 연간 매출액은 5조8749억원, 영업이익은 3826억원, 그리고 당기순손실은 585억원으로 집계됐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액이 5조원을 돌파한 2020년을 넘어 지난해 연간 매출도 6조원에 육박했다.
긍정적인 전망의 주역은 KCC의 주력 상품인 실리콘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실리콘 수요가 덩달아 증가한 데다 실리콘 제품별 판가 인상 등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진입 장벽이 높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꼽히는 실리콘 분야 특성상 다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KCC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KCC는 오랫동안 실리콘 사업에 집중해왔다. 2003년 국내 최초로 실리콘 제조 기술을 독자 개발해 기존 전량수입에 의존하던 실리콘 원료의 국산화를 실현했고 현재까지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기실리콘 원료부터 1차, 2차 제품까지 일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엔 아예 기존 실리콘 사업 부문을 'KCC 실리콘'으로 분할했다. 신규 법인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실리콘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글로벌 선두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KCC는 지난 1958년 창립 이래 건축·산업용 자재와 도료, 실리콘 및 첨단소재를 생산해왔다. 현재 KCC건설 등 국내외 100여개 자회사를 보유한 종합정밀화학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CC 창업주인 故 정상영 명예회장이 지난해 1월 숙환으로 별세한 이후 오너 2세 경영이 연착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등 정상영 명예회장의 세 아들이 모두 회장 직함을 갖고 그룹 내 주요 사업을 지휘하고 있어서다. 특히 장남이자 KCC그룹을 총괄하고 있는 정몽진 회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정 회장은 "미·중 갈등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지만 글로벌 첨단 화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세계 각지 연구 인력과 협업함으로써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 환경을 확보하고 해외 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며 "글로벌 기술 경쟁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고부가가치 창출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미래 첨단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환경 보호 노력 우수" 지속 가능 경영 위한 KCC의 해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서 성과가 주목된다. KCC그룹은 UN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달성에 기여하겠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17개 UN SDGs 목표 가운데 KCC가 진행하는 사업과 연계되는 것은 △보건 증진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접근성 강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제공 △지속 가능한 도시와 거주지 조성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 증진 등 5가지다.
제조업 특성상 현장 사고는 물론 환경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기술 혁신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안전·환경 부문에서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서 KCC는 생산본부 산하의 환경경영팀을 중심으로 환경경영을 추진· 운영하고 있다.
환경경영팀은 KCC의 환경경영을 총괄하는 부서로서, 연간 사용 연료와 폐기물량의 감축 방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등 환경 관련 법규 및 제도를 파악하고 각 사업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분석·예측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 관리 중심 축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효율적인 자원 사용을 위하여 제품의 제조 과정상공정 부산물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폐기량을 최소화하여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배출량을 감축하고 재활용하는 등 수자원보호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실천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KCC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0년에는 KCC중앙연구소 내화시험동 태양광 발전소를 추가로 구축하기도 했다. 전사 기준 13개소의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총 설비 용량은 약 24.4MW(메가와트)로, 이는 약 9766세대의 일반 가정에 1년간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KCC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5617t 절감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태양광 발전 분야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다년간 자사의 사업장 및 공장에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토대로 민자발전사업(IPP) 사업자로서 대외 개발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평가 기관들도 KCC그룹의 이런 노력을 주시하고 있다. 공신력 있는 글로벌 ESG 평가 기관 중 하나인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는 KCC그룹의 ESG 등급을 '중간' 정도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은 산업 보건 및 안전에서 중간 정도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뜻한다. 1992년 설립된 이 기관은 다섯 등급으로 나누는 자체 평가 방식을 활용해 현재 2만여 개 기업의 ESG 평가 등급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는 'E' 영역에서 KCC에 좋은 점수를 줬다. 2018년과 2020년 사이 매출이 65% 증가했음에도 스코프1(제품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을 줄이는 데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황산화물(Sox)을 제외한 대기오염물질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등 매출 증가 대비 에너지 절감 노력이나 폐기물 관리 영역도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근로자 보건 및 안전 사고 항목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건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 사고가 유지되고 있어서다. 'G' 부문에서 다양성이 높지 않다는 부분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안드레스 기랄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은 투자자에게 리스크와 기회 등 중요한 지속 가능성 관련 재무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KCC그룹의) 거버넌스 관련 정보는 많이 공개되지 않았다"라며 "ESG 위원회가 1년에 한 번 상징적으로 열리는 점이나 고위급 여성 관리자가 없는 점, ESG 성과와 무관한 경영진 보상 등은 취약한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탄소 배출 저감 등 'E' 부문에서는 KCC그룹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봤다. 기랄 교수는 "기후 변화 관련 조치에서 스코프1과 스코프2(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동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를 줄이는 데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라며 KCC는 비교적 잘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탄소 배출 저감 조치를 취할 때 통상 새로운 기술 개발과 장비 확대 등의 투자가 필요한 탓에 재정적 부담이 생길 수 있다"라며 "한국 정부는 온실가스 및 에너지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소기업 등에 저리 대출 같은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하는 등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완화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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