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트렌드가 된 홈술ㆍ혼술…모든 술이 순해지고 달달해졌다

이호영 기자 2021-12-14 10:20:12
'소주 16도·맥주 3도' 저도주 제품 확대...'RTD 주류' 상반기 이마트 매출 74% 급증 롯데칠성음료, '빠삐코 소주' 등 이색 주류 속속 출시

2.5도 밀맥주 '호가든 보타닉' [사진=오비맥주]

코로나 사태 홈술·혼술 트렌드에 주종을 가리지 않고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고 있다. 가볍고 건강하게 마시려는 경향이 짙어지면서다. 소주는 17도 벽을 깨고 16도가 자리잡으며 맥주(3도)와 위스키(36.5도 등), 와인(7도 등) 등 전 주종 낮은 도수가 대세다. 

2030 MZ세대 등 독특한 취향까지 반영하며 주류 시장은 저도수 제품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엔 '레디 투 드링크(RTD·바로 마실 수 있게 제작된 인스턴트 음료)' 주류도 인기다. RTD 주류 도수는 3도, 4.5도 등으로 더 낮다. 

◆ 코로나 사태 속 글로벌 주류 '저도화'..."RTD 주류, 새 트렌드 등극"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주류 저도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도 대표 주종 소주 위주로 지속돼온 저도화 바람은 이제 맥주, 위스키 등 주종을 가리지 않고 불고 있다. 40도 이상의 위스키도 36.5도나 13~14도 와인도 7도 제품이 인기다. 

저도주는 음주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크거나 가볍게 마시면서 맛에 집중하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다. 업계는 "일반 소주에 이것저것 타서 드시는 분들은 가볍게 즐기는 수준의 소비자가 대부분"이라며 "이젠 집에서 즐기다보니 적당히, 가볍게 마시고 있다"고 봤다. 이어 "또 혼자 마시기에도 부담 적은 낮은 도수를 찾고 있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주류 가정시장이 커지면서 저도주 음용도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주류 소비‧섭취 실태조사 결과 1회 평균 음주량이나 음주 빈도 모두 감소하면서 음주 장소는 주로 집으로 나타나고 있다. 음주 상대는 혼자나 가족이고 음주 상황도 혼자 있거나 TV 등을 볼 경우 등이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이에 따라 업계는 주력 주종 소주나 맥주 도수를 낮출 뿐 아니라 다양한 개성을 갖춘 저도주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3도와 4.5도 등 RTD 주류를 출시했다. RTD 주류는 캔·팩음료를 총칭한 '레디 투 드링크(RTD)' 시장이 칵테일, 하이볼(위스키+탄산수)' 등 술과 다른 재료를 섞어 바로 마시는 주류까지 아우르며 나온 개념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외부 활동 감소, 홈술·혼술로 RTD 주류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커지고 있다. 이마트 올 상반기 RTD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7% 증가하고 매장 운영 품목 수도 올 초 30여개에서 70여개로 2배 이상 늘며 RTD가 주류 시장 새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다. 

RTD 시장이 확대되면서 롯데칠성음료는 올 5월 과일 탄산주 '순하리 레몬진' 2종에 이어 8월 '클라우드 하드셀처'를 내놨다. '순하리 레몬진 레귤러'는 4.5도, '순하리 레몬진 스트롱'은 7도다. 이제 통상 소주가 16.8~16.9도, 16.5도까지 나오고 있으니 절반, 또는 4분의 1 도수다. 

'하드셀처'는 '탄산수에 소량의 알코올, 과일향을 첨가한 술'이다. 자기 관리, 건강을 중시하는 20~30대 위주로 인기다. 미국에서는 2016~2020년 최근 5년 동안 성장률이 연 평균 100%를 상회한다. 이 같은 망고향의 신개념 저칼로리 탄산주 '클라우드 하드셀처' 500㎖ 한 캔 열량은 85㎉ 저칼로리다. 4.5도, 4.9~5도의 보통 맥주에 비해 낮은 3도다. 

롯데칠성음료는 "'순하리 레몬진 레귤러'는 홈술·혼술로 맥주 도수의 술을 가볍게 즐기고 싶은 경우, '순하리 레몬진 스트롱'은 가성비 좋은 높은 도수의 술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하다"고 전했다. 이어 "다양한 주종, 가볍게 즐기는 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데 착안, RTD 주류를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대표 주종 소주, 올해 '16도 시대' 열려...MZ세대 취향, 고도수까지 '다양'

국내 대표 주종 소주 저도화도 롯데칠성음료가 이끌고 있다. 2006년 당시만 해도 21도가 대세였던 소주 시장에서 무학이 그해 가장 처음 16.9도 소주를 내놓긴 했지만 전국구 소주로는 처음 롯데칠성음료가 '처음처럼' 도수를 20도로 낮춰 출시했다. 

이후에도 롯데칠성음료는 부드러운 맛을 강조, 차츰 도수를 내리며 저도화를 주도하고 있다. 2019년 12월 16.9도로 내린 데 이어 올해 초 16도 '처음처럼 순'으로 전국구 소주 16도 시대를 열었다. 대표 소주 '처음처럼'은 현재 16.5도 '처음처럼', 16도 '처음처럼 순', 20도 '처음처럼 진'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 해외 전용 브랜드 미국 16.8도 '처미'도 있다. 

하이트진로도 최근 '참이슬 후레쉬' 알코올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낮췄다. 앞서 2019년 4월 '진로' 알코올 도수는 '진로이즈백'으로 16.9도에서 16.5도가 됐다. 단지 '참이슬 오리지널' 도수는 2006년부터 15년째 20.1도를 유지해오고 있다. 진로골드로 25도 소주도 운영하고 있다. 

16도까지 낮아진 소주 도수에 대해 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정 소비가 늘고 저도주를 선호하는 소비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11월 출시한 한정판 협업 12도 소주 '처음처럼X빠삐코' [사진=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 협업 한정판 제품으로 전국구 소주를 12도까지 내리기도 했다. 이는 MZ세대에 더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지난 11월엔 초콜릿 빙과 '빠삐코'와의 협업 한정판으로 '처음처럼X빠삐코'를 12도로 내놨다. 이외 '처음처럼X스티키몬스터랩'(12도) 등 활발한 협업을 통해 더 낮은 도수의 소주를 제공해오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주류 소비층으로 부각하면서 업계는 협업 등을 통한 저도수 제품으로 다양해진 시장 수요에 대응해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MZ세대는 낮은 도수 주류만 찾는 것은 아니다. 업계는 "MZ세대 선호는 저도수 주류 등 어떤 딱 한 가지로 규정하기 어렵다. 다양한 술을 섭렵한다"며 "가볍게 즐기려고 저도수를 찾으면서도 반대로 고도수를 찾기도 한다"고 했다. 하이트진로 경우 저도주 이슬톡톡, 망고링고, 과일 소주 등도 많이 팔리지만 25도 일품 진로나 31도 일품 진로 21 등도 인기다.  

국내 주류업계 빅 3 중 맥주만을 취급하는 오비맥주도 "저도주 소비는 건강을 중시하면서도 다양한 맛의 주류를 부담없이 즐기고 싶어 하는 MZ세대가 중심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업계 여러 시도에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라며 "다변화하는 소비 취향에 맞춰 저도주 출시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리지널 벨기에 밀맥주 호가든은 다양한 저도수 밀맥주를 내놓고 있다. 올 4월엔 레몬그라스와 시트러스 천연 향료를 가미, 허브티 느낌의 2.5도 '호가든 보타닉'을 출시했다. 이어 7월 여름엔 동남아 열대 과일 '포멜로' 맛의 3도 '호가든 포멜로'를 내놨다. 포멜로의 연한 핑크빛도 개성이다. 지난해에도 4월 '호가든 로제'(3도), 6월 '호가든 그린 그레이프'(3도)를 출시했다. 
 

3도 밀맥주 '호가든 포멜로' [사진=오비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