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엇갈리는 D램 전망…관건은 '모바일·서버 수요', '비용 효율화'

백승룡 기자 2021-08-13 16:08:27
"슈퍼사이클 끝나간다" vs 삼성·SK "과한 우려" 일축 모건 "공급이 수요 따라잡아" vs 골드만 "비용절감폭 더 커"

[삼성전자가 공개한 DDR5 D램 모듈용 전력관리반도체.(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동방]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2018년 이후 3년 만에 본격화됐다는 업계 기대와 달리, 연말께부터 업황 둔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조차 서로 엇갈린 전망을 내놓으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하며 연저점을 경신, '하락론'으로 쏠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 글로벌IB·시장조사기관 "D램 재고 증가…반도체 슈퍼사이클 조기에 끝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조기에 저물 것이라는 우려는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부터 비롯됐다. 모건스탠리는 11일 '메모리반도체의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D램 가격이 여전히 상승세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서 상승률은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며 "D램은 내년에도 근본적으로 공급과잉 상태를 유지하고, 재고 증가로 인해 이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도 10일 D램 메모리 가격이 3분기까지는 3~8% 상승하겠지만, 4분기부터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올 3분기 들어 PC용 D램(DDR4 8Gb 2666Mbps)의 현물거래가격이 한달 만에 10% 하락하는 등 시장 변화가 감지되면서였는데, 이와 관련해 트렌드포스는 PC D램 현물가격 하락세가 공급업체들의 가격 인하 때문으로 분석했다.

메모리반도체는 대부분 고정거래가격으로 거래되지만, 현물거래가격은 고정가를 2~3개월 선행하며 반도체 업황과 반도체 회사 실적의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높은 D램 재고 수준은 향후 PC D램 가격인상에 하향 압력을 가할 뿐만 아니라 노트북PC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 감소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고 증가 외에도 노트북·PC의 수요가 한풀 꺾이고 있다는 점도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론'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다. 그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근무·교육 등이 활발해지면서 노트북·PC 수요가 크게 늘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견인해 왔다. 트렌드포스는 "노트북 수요도 감소할 전망"이라며 "서버용 D램의 가격 상승 폭도 둔화히는 등 PC와 서버 등 전체 D램 시장이 점진적으로 초과공급 상태로 바뀌고 있다"고 내다봤다.

◇ 삼성·SK 등 "과도한 우려…PC D램보다 모바일·서버 D램이 더 큰 흐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한다. 이들은 "시장 일각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안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는 것을 고려해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드린 것"이라면서 "지난달 말 컨퍼런스콜 시점 이후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유의미하게 변화한 것은 없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들이 반도체 업황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PC D램 외 모바일·서버 D램의 수요가 견조하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PC D램 시장은 전체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D램의 시장수요 비중은 부문별로 △모바일(스마트폰) 40% △서버 30~40% △PC(노트북컴퓨터 포함) 10%대 등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령 PC D램이 실질적으로 연말께 하락세에 접어든다 하더라도 PC D램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굉장히 협소한 영역"이라면서 "10%대에 불과한 PC D램 가격이 소폭 하락한다고 해서 메모리반도체 업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우려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과거에는 PC 시장이 가장 크다 보니 예전과 같은 시각으로 PC D램을 기준삼아 메모리반도체 시황을 보려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은 PC가 주도하는 시장이 아니다"면서 "가장 큰 시장인 서버와 모바일의 경우, 하반기로 갈수록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등으로 오히려 계절적 성수기에 접어들어 큰 틀에서 메모리반도체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도 "D램 가격하락 우려에도 불구, 원가 하락폭이 가격 하락폭보다 커서 D램 공급 업체들의 마진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PC D램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인데 반해 서버 D램은 30% 규모로, 서버 D램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견고하다"고도 했다.

◇ 엇갈리는 전망…관건은 '모바일·서버 수요'와 '비용절감 통한 수익성'

메모리반도체 업황 전망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론'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는 △올 3분기까지는 D램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점 △PC D램의 가격이 4분기부터 하락세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 △모바일·서버 D램은 가격 상승폭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한다는 점 등에서 의견이 일치한다.

결국 D램 가격 하락이 현실화 됐을 때 이를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모바일·서버 D램 수요가 받쳐줄지, 혹은 비용절감 등으로 반도체 업체들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식시장에서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13일 종가 기준으로 전일 대비 3.38% 하락한 7만4400원에 장을 마감, 4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SK하이닉스는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거듭하며 12일 연저점(10만500원)을 기록한 뒤, 13일 1% 상승한 10만1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