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결정 하고 '제대로 꼬인 한화큐셀 vs 기사회생 OCI'…왜?

[데일리동방] 태양광 산업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대표 태양광 기업인 한화큐셀과 OCI의 명암이 엇갈렸다. 두 회사는 지난해 2월 국내 폴리실리콘 사업을 중단 또는 철수했다. 그런데 1년여 만에 폴리실리콘 가격이 치솟아 해외 생산공장(말레이시아)을 남겨뒀던 OCI만 기사회생했다. 태양광 수직계열화를 포기한 한화큐셀은 주력인 셀·모듈의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지게 됐다.

◇ 요동치는 폴리실리콘 가격…중국發 변동성 확대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산업 밸류체인에서 기초가 되는 소재다.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 순으로 생태계가 짜여 있다. 한때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부문인 한화큐셀과 OCI가 폴리실리콘을 생산했는데, 현재는 국내에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곳이 없다. OCI가 말레이시아에서 해외 생산을 유지할 뿐이다.

두 회사가 국내 폴리실리콘 사업을 접은 이유는 '중국발(發) 공급과잉' 때문이었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공격적인 증설에 나선 중국 업체들이 지난 2018~2019년 사이 새로 공급한 물량은 19만t에 달했다. 전 세계 수요의 세 배가량 되는 규모다. 공급이 급증하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은 2018년 초 kg당 17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초 7달러까지 낮아졌다.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은 kg당 14달러 수준으로 전해진다.

결국 수년간 적자를 지속하자 지난해 2월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에서 폴리실리콘 사업을 철수하고, 셀·모듈에 집중키로 했다. 같은 달 OCI도 국내 폴리실리콘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OCI는 국내 군산 공장은 반도체 폴리실리콘에 주력하고, 해외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는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을 이어가기로 했다. 폴리실리콘 제조원가의 30~40%가량을 차지하는 전기요금이 말레이시아에선 상대적으로 싸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불과 1년여 만에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격히 반등했다. 중국 신장 지역의 인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과 유럽이 이곳에서 생산되는 폴리실리콘의 수입을 제한,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진 것이었다. 글로벌 폴리실리콘 수요는 연간 45만~50만t 규모인데, 이 중 절반가량인 28만t이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다. 공급 부족 속에서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 상반기 말 기준 kg당 28달러대까지 치솟았다.

◇ 10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 OCI, 3분기째 적자 이어가는 한화큐셀

폴리실리콘 가격이 이처럼 요동치자 두 회사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OCI는 2분기 영업이익 166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영업손실 443억원) 대비 대규모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분기 실적 기준으로 지난 2011년 3분기(영업이익 2530억원) 이후 10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OCI 말레이시아 공장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은 연간 3만t으로, 내년 하반기까지 3만5000t으로 확대해 공급 부족에 대응할 방침이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영업손실 6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연속 3분기째 적자다. 적자 규모도 지난해 4분기 24억원, 올 1분기 149억원, 2분기 646억원 등으로 눈덩이로 불어나고 있다. 태양광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상승으로 주력인 셀·모듈의 원가 부담이 높아진 탓이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폴리실리콘부터 모듈까지 이어지는 태양광 사업 수직계열화를 구축했지만, 폴리실리콘 철수로 제대로 꼬였다.

올해 3~6월 사이 급등했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6월 말부터 소폭 하락하며 kg당 20달러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1년 사이 폴리실리콘 가격이 이렇게 급반등하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기에 한화솔루션이든 OCI든 국내 생산공장을 유지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폴리실리콘 가격변동성이 워낙 심하다 보니 두 회사 모두 사업재편에 나선 것인데, 의사결정 차이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