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지난 4일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600억원 모집에 3670억원 수요가 모였다. 지난해 미매각 악몽을 완전히 떨쳐버린 셈이다.
한화건설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성공한 이유로는 공격적인 금리 제시가 꼽힌다.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1.4%포인트까지 열어 투심회복에 만전을 기했다. 발행물량도 미매각 당시 수준 대비 절반가량으로 축소해 물량 부담을 줄인 점도 주효했다.
앞서 대우건설이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건설채 투심이 완화됐다는 평가가도 나왔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사모로 자금을 조달해 공모채 대비 신뢰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한화건설 수요예측 결과가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한화건설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라크 사업은 한화건설 실적에 단기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국제 유가 하락과 코로나19 여파로 이라크 내 통제가 지속되면서 공사 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시장에서 연대보증과 채무인수를 통한 차입규모도 커 자금유출 우려도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한 것은 단연 높은 금리메리트와 적은 공급 물량이다. 공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인 건설사들에 한화건설은 바로미터를 제시한 셈이다.
공식적으로 공모 조달 계획을 밝힌 곳은 롯데건설과 SK건설이다. 그러나 한화건설이 A급 수요를 확인해준 덕택에 지난해 미매각을 기록했던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등이 재차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한 대림산업에 대한 시장 평가도 기대된다. DL과 DL이앤씨로 분리된 가운데 DL이앤씨가 공모 시장 문을 먼저 두드릴 전망이다.
현대건설 등 대형사들은 해외사업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오히려 국내 주택시장을 중심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업체들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2·4 부동산 대책’도 건설채 투자심리를 완화하는데 일조할 전망이다. 다만 국내 주택시장으로 집중된 포트폴리오가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는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분양시장 호조는 건설사 재무구조 개선에 일조했다”면서도 “주택사업에 대한 의존도 확대는 사업 안정성 약화요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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