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가라앉은 조선·정유 실적...정기선 체제, 현대重 IPO에 달렸다

김성훈 기자 2021-02-05 08:36:21
한국조선해양 작년 영업익, 전년도比 74.4% 감소 정기선 부사장, 친환경·미래 사업서 역할 찾아 "정 부사장, 현대重 IPO 계기로 체제 전환할 듯"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사진=현대중공업지주]



[데일리동방]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해 조선업과 정유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이면서, 정기선 부사장이 현대중공업 IPO(기업공개)를 통해 체제 확립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도 진전이 없어, 친환경 신사업에 집중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4일 2020년 실적을 발표하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4.4% 감소한 74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다.

매출은 전년 대비 1.8% 감소한 14조9037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손실은 835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도 18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순손실은 9235억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지주도 이날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을 공개했다. 유가하락에 따른 정유 부문의 대규모 실적 하락으로 59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 전년도 대비 29% 감소했다.

현대오일뱅크만 떼어 놓고 봐도 지난해 59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13조6899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이상 줄었다.

현대중공업을 대표하는 조선 사업에 이어 IPO를 시도했던 오일뱅크까지 큰 폭의 실적 하락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정기선 부사장이 ‘정기선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현대중공업 IPO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이 기업결합심사로 지연되면서 체제 전환을 위한 명분이 줄고 있다는 점도, 정 부사장이 IPO에 집중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꼽힌다.

현대중공업 측은 지난달 26일, IPO를 통해 연내 약 20%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한국조선해양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1조원을 향후 5년간 △친환경·미래 선박 및 건조기술 개발 △친환경 생산설비 구축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ESG경영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정의선·김동관 등 다른 후계자들처럼 정 부사장도 친환경·미래 사업에서 자신의 역할과 공을 찾아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그룹의 친환경·미래 사업을 주도해왔다. 특히 작년 11월 발족한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바이오·인공지능·수소에너지 등 기업의 신성장동력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친환경선박 사업 투자를 위해 다음달 15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도 발행할 예정이다. 수요예측 흥행시 발행액을 3000억원까지 늘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IPO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미래 먹거리 기틀 확보’라는 확실한 공을 세우며 체제 전환을 위한 명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