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딱딱한 삼성·LG 말랑해지나...SW 벤처 투자 러시

김성훈 기자 2021-02-04 14:56:31
삼성,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 벤처기업 '리스케일'에 투자 LG, 모빌리티 솔루션 스타트업 '라이드셀'에 추가 투자 "기술 플랫폼 솔루션 기업 도약 위한 포석"

삼성전자 임직원이 국내 팹리스 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리스케일과 함께 개발한 설계 플랫폼 'SAFE CDP' 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데일리동방] 삼성과 LG가 잇따라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에 대한 지분투자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을 넘어 기술 플랫폼·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3일 전략혁신센터 산하 벤처투자 조직인 ‘삼성카탈리스트펀드’를 통해 미국 클라우드 고성능컴퓨팅(HPC) 플랫폼 업체인 ‘리스케일’에 투자했다.

이번 투자는 리스케일이 최근 진행한 우리돈 약 558억원 규모의 펀딩(시리즈C 투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삼성카탈리스트펀드가 올해 처음으로 집행한 투자다.

리스케일은 클라우드와 기업 내부 시스템을 통해 고성능 컴퓨팅(HPC) 인프라를 지원하고, 컴퓨터에서 산업디자인·설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 업체다.

‘고성능 컴퓨팅’이란 막대한 데이터를 빠르고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 빅데이터·클라우드의 대두와 함께 더욱 주목받고 있다.

LG그룹 산하 벤처캐피탈 ‘LG테크놀로지벤처스’ 역시 첫 투자처로 소프트웨어 기업을 골랐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지난 2018년 처음 투자한 ‘라이드셀’은 클라우드 기반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동차 관련 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LG는 지난해 말에도 라이드셀의 시리즈 C펀딩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가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OEM·공유/렌트 서비스·배달 서비스 등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라이드셀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삼성과 LG가 계속해서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제조업 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과 LG가 투자한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하면, 다양한 고객사가 가진 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생산된 제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생산·서비스 전반과 관련한 기술을 판매하고 플랫폼을 제공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이번에 투자한 리스케일과 협력해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가 서버 없이도 칩을 설계할 수 있는 통합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 ‘SAFE-CDP’를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고객사는 SAFE-CDP에 접속해 케이던스·시놉시스 등 자동화 설계 전문 업체들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다. 자체 설계 프로그램을 유지·관리할 필요가 없기에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는 삼성리서치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래 기술 확보는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고객 감동을 위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관련 디지털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1등 기업들의 투자를 보면 대세가 보인다”며 “삼성과 LG도 종합 플랫폼 솔루션 기업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