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독(督)은 무언가를 자세히 살핀다는 뜻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자세히 살펴보고 또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說)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LG그룹 경영스타일은 매우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특히 ‘돌다리도 두들기고 또 두드려 본 후에도 건너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업 인수합병(M&A)에 있어서는 더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LG그룹을 칭하는 또 다른 단어는 LG그룹 창업 초기부터 이어온 경영이념인 ‘인화(人和)’입니다. 이에 걸맞게 범(凡)LG그룹은 GS, LS 등으로 계열분리가 된 지금까지도 동일 업종 내에서 경쟁하지 않습니다.
이런 LG가 구광모 회장 취임 후, 그리고 구본준 고문이 계열분리를 결정한 이후에는 더욱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은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구 회장 취임 후인 2018년 LG전자는 당시 그룹 내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인 ZKW 인수를 마무리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LG화학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신설했고,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TV 광고·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도 인수했습니다.
또 인화의 LG가 싸움꾼이 됐습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세탁기, TV 등 많은 제품에서 경쟁사와 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LG전자의 스마트폰 철수설이 거론되면서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구 회장이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LG그룹은 과거부터 투자와 달리 버릴 때는 누구보다 빠른 결정을 내렸습니다.
LG가(家)의 빠른 포기는 창업주까지 올라갑니다.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과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지수보통학교 동창이며, 창업 초기 동업을 했고 사돈도 맺은 절친입니다. 그러나 이병철 회장이 1968년 전자사업을 하겠다는 한마디에 구인회 회장은 이병철 회장에게서 차갑게 돌아섰습니다. 인화를 앞세운 구인회 회장이라도 배신(?)한 이병철 회장과 결별은 한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갈라선 두 사람은 영영 화해하지 못했습니다.
사업적으로도 LG그룹은 포기할 때는 과감하게 정리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와 금융입니다.
LG그룹은 1979년 대한반도체를 인수하고 이듬해 미국 AT&T 합작으로 금성반도체를 설립했습니다.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저서 ‘오직 이 길밖에 없다’(1992년)에 “반도체를 파는 기업은 돈을 벌 수 있고, 반도체를 만들지 않고 TV나 VCR 등 최종 제품만 만들어 파는 기업은 돈을 벌 수 없다”고 남길 정도로 반도체 사업에 대한 열정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LG그룹은 반도체 사업을 당시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넘깁니다. 정부 주도 빅딜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사업을 포기한 후 뒤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구본무 당시 회장은 반도체 빅딜 후 실무를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행사에 14년 동안 전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또 하이닉스를 인수할 기회가 왔지만 LG그룹은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현재(아직까지는) LG그룹에 반도체 회사, 실리콘웍스가 있습니다. 실리콘웍스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무차입 경영을 실현했을 만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사업 확대 등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리콘웍스는 반도체에 관심 있는 구본준 고문에게 넘겨 계열에서 분리할 예정입니다. LG그룹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셈이죠.
현재 LG그룹은 금융 계열사가 없지만 2000년대 초까지는 증권, 카드 등 업계 최상위권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LG카드는 카드업계 1위이자, LG그룹 내에서 업종별 1위에 있는 사실상 유일한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카드사태가 발생하면서 수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으로 인해 2003년 부도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러자 LG그룹은 2004년 LG카드 경영권을 포기합니다. 그리고 LG카드 대주주였던 LG투자증권도 함께 포기하고 금융업에서 완전 철수합니다.
당시 업계 2위였던 삼성카드도 유사한 규모의 부실채권이 있었지만, 그룹 지원으로 회생한 것과는 반대되는 모습이었습니다.
LG그룹은 최근에도 과감한 포기(?)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LG트윈타워 청소직원 집단 해고 논란이 벌어진 시설관리 용역회사 지수아이앤씨를 매각하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지우아이앤씨는 LG그룹 계열사가 아닙니다. 지수아이앤씨는 구광모 회장 고모인 구훤미·구미정씨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는 친족기업으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온 회사입니다.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리하기로 했다는 것이 LG그룹 측 설명입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 해고에 따른 논란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LG그룹은 과거부터 포기할 때는 과감했습니다.
경제학 용어에 ‘매몰비용의 오류’라는 것이 있습니다. 현재나 미래에 발생할 효용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 하게 되는 일련의 행동을 칭하는 용어입니다.
어쩌면 ‘매몰비용의 오류’는 LG그룹 경영수업 과목에, 아니 LG家 DNA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영자에게 과감한 투자보다 더 필요하지만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 ‘빠른 포기’일 테니까요.
LG그룹 경영스타일은 매우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특히 ‘돌다리도 두들기고 또 두드려 본 후에도 건너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업 인수합병(M&A)에 있어서는 더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LG그룹을 칭하는 또 다른 단어는 LG그룹 창업 초기부터 이어온 경영이념인 ‘인화(人和)’입니다. 이에 걸맞게 범(凡)LG그룹은 GS, LS 등으로 계열분리가 된 지금까지도 동일 업종 내에서 경쟁하지 않습니다.
이런 LG가 구광모 회장 취임 후, 그리고 구본준 고문이 계열분리를 결정한 이후에는 더욱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은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구 회장 취임 후인 2018년 LG전자는 당시 그룹 내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인 ZKW 인수를 마무리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LG화학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신설했고,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TV 광고·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도 인수했습니다.
또 인화의 LG가 싸움꾼이 됐습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세탁기, TV 등 많은 제품에서 경쟁사와 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LG전자의 스마트폰 철수설이 거론되면서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구 회장이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LG그룹은 과거부터 투자와 달리 버릴 때는 누구보다 빠른 결정을 내렸습니다.
LG가(家)의 빠른 포기는 창업주까지 올라갑니다.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과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지수보통학교 동창이며, 창업 초기 동업을 했고 사돈도 맺은 절친입니다. 그러나 이병철 회장이 1968년 전자사업을 하겠다는 한마디에 구인회 회장은 이병철 회장에게서 차갑게 돌아섰습니다. 인화를 앞세운 구인회 회장이라도 배신(?)한 이병철 회장과 결별은 한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갈라선 두 사람은 영영 화해하지 못했습니다.
사업적으로도 LG그룹은 포기할 때는 과감하게 정리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와 금융입니다.
LG그룹은 1979년 대한반도체를 인수하고 이듬해 미국 AT&T 합작으로 금성반도체를 설립했습니다.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저서 ‘오직 이 길밖에 없다’(1992년)에 “반도체를 파는 기업은 돈을 벌 수 있고, 반도체를 만들지 않고 TV나 VCR 등 최종 제품만 만들어 파는 기업은 돈을 벌 수 없다”고 남길 정도로 반도체 사업에 대한 열정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LG그룹은 반도체 사업을 당시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넘깁니다. 정부 주도 빅딜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사업을 포기한 후 뒤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구본무 당시 회장은 반도체 빅딜 후 실무를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행사에 14년 동안 전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또 하이닉스를 인수할 기회가 왔지만 LG그룹은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현재(아직까지는) LG그룹에 반도체 회사, 실리콘웍스가 있습니다. 실리콘웍스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무차입 경영을 실현했을 만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사업 확대 등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리콘웍스는 반도체에 관심 있는 구본준 고문에게 넘겨 계열에서 분리할 예정입니다. LG그룹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셈이죠.
현재 LG그룹은 금융 계열사가 없지만 2000년대 초까지는 증권, 카드 등 업계 최상위권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LG카드는 카드업계 1위이자, LG그룹 내에서 업종별 1위에 있는 사실상 유일한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카드사태가 발생하면서 수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으로 인해 2003년 부도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러자 LG그룹은 2004년 LG카드 경영권을 포기합니다. 그리고 LG카드 대주주였던 LG투자증권도 함께 포기하고 금융업에서 완전 철수합니다.
당시 업계 2위였던 삼성카드도 유사한 규모의 부실채권이 있었지만, 그룹 지원으로 회생한 것과는 반대되는 모습이었습니다.
LG그룹은 최근에도 과감한 포기(?)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LG트윈타워 청소직원 집단 해고 논란이 벌어진 시설관리 용역회사 지수아이앤씨를 매각하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지우아이앤씨는 LG그룹 계열사가 아닙니다. 지수아이앤씨는 구광모 회장 고모인 구훤미·구미정씨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는 친족기업으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온 회사입니다.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리하기로 했다는 것이 LG그룹 측 설명입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 해고에 따른 논란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LG그룹은 과거부터 포기할 때는 과감했습니다.
경제학 용어에 ‘매몰비용의 오류’라는 것이 있습니다. 현재나 미래에 발생할 효용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 하게 되는 일련의 행동을 칭하는 용어입니다.
어쩌면 ‘매몰비용의 오류’는 LG그룹 경영수업 과목에, 아니 LG家 DNA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영자에게 과감한 투자보다 더 필요하지만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 ‘빠른 포기’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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