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 규모가 4000억원이다. 이 중 다음달 만기가 도래하는 1500억원을 회사채로 상환하기 위해 현대오일뱅크는 전날 수요예측(사전청약)을 진행, 총 4500억원에 달하는 매수주문을 받았다. 넉넉한 투자수요를 확보한 현대오일뱅크는 회사채 발행액을 3000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회사채는 정유업계가 1분기 대규모 적자사태를 기록한 이후 처음 발행된 정유사 채권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등 정유4사는 1분기 총 4조3775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사태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한 데다가 국제유가 폭락이 겹치면서다.
정유사들은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채 대신 기업어음(CP)을 선택했다. 실적이 악화된 데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올 초 회사채시장이 한동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올 들어서만 CP를 16번 발행했다. SK이노베이션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CP 발행 횟수가 8번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가 발행한 회사채에 견조한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정유업황 악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적악화에 이에 따른 신용등급 조정으로 움츠러들었던 정유사들이 회사채 발행시장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에스오일 신용등급은 모두 AA+로 현대오일뱅크(AA-)보다 신용등급이 높다는 점에서 회사채 발행 시 시장의 관심에 좀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정유4사는 차입금 상환 등 자금확보가 꾸준히 필요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자회사인 SK에너지는 1분기 실적발표 직전인 지난 4월 5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자금 2400억원을 확보해둔 상태다. 다만 26일 기준으로 CP 발행잔량은 6000억원을 웃돈다.
GS칼텍스는 지난 2월 4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올해 만기도래 차입금에 대한 자금을 확보했다. 다만 운영자금 등을 이유로 외화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OIL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3600억원 가운데 지난 3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상환자금 1300억원을 확보한 뒤 2300억원을 남겨둔 상태다.
현대오일뱅크도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CP 1500억원을 상환하면 2500억원이 남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1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현재 유동성이 크게 문제되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차입구조 만기화 또는 시설투자 등을 위해서 자금소요는 꾸준하기에 회사채시장이 우호적이라면 자금조달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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