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KT&G 사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KT&G-PMI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행사에서 전자담배 맞수인 PMI와 전략적 제휴 체결 사실을 공식화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계약을 통해 국내 1위 담배회사인 KT&G는 세계 최대 담배기업인 PMI이 보유한 거대한 유통·마케팅 인프라를 통해 자사 전자담배 ‘릴(lil)’를 해외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KT&G는 2025년까지 ‘글로벌 빅4’ 기업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80여개인 진출국을 올해까지 100여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런 KT&G가 직접 수출을 택하지 않고 경쟁사인 PMI 손을 잡은 이유는 ‘효율성’을 꼽을 수 있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선택한 것이다.
KT&G는 중동과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신시장 개척에 집중해왔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기준 해외 매출은 205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3% 성장했다. 특히 해외법인 매출이 64.9%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이란 현지법인을 철수했다. 미국 대이란 제재 여파로 현지 사업이 급속히 악화한 탓이다. 이처럼 국제유가 하락과 관세 인상 등 국제정세에 따른 대외악재를 관리하기는 역부족이다. PMI가 보유한 거대 유통망을 활용한다면 더 쉽게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것이다.
PMI 브랜드파워도 협업 이유 중 하나다. 해외 시장에서 PMI가 만든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가진 인지도는 상당히 높다. KT&G는 릴과 아이코스를 공동 병기하는 등 PMI 브랜드파워를 활용해 해외 성장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아이코스는 선도적 지위에 있는 것은 물론 국제 표준도 만들어가고 있다. KT&G가 PMI와 협업하면 국제적 표준에 근접할 기술력을 갖출 기회가 생긴다.
아이코스 유통 국가에 릴을 판매하면 서로 구매층을 빼앗는 ‘자기잠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PMI 측은 “우리와 KT&G 제품은 상호보완적”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그렇다면 PMI가 이번 계약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PMI는 KT&G 무연제품을 해외 시장에서 독점 유통·판매·마케팅하는 권리를 가진다. 초기 전자담배 시장에 자사와 KT&G 제품을 최초로 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계약 기간은 3년이다.
양사는 올해부터 해외 판매를 시작하고, 더 많은 국가에 전자담배 등을 출시할 수 있게 글로벌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성과가 좋을 경우 장기적인 파트너십도 체결하기로 했다. KT&G는 제품 공급과 로열티로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구체적인 수익 구조는 공개하지 않았다.
눈여겨 볼 부분은 특허·기술 교류다. 아이코스는 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계약에 특허·기술 교류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단 협업건마다 별도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KT&G 제품 개발·개선 작업에 PMI 노하우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KT&G 측은 특허 등과 관련해 소모적 논쟁을 피하자는 것이 양사 입장이라고 밝혔다.
안드레 칼란조풀로스 PMI 최고경영자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담배업계에 새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면서 “KT&G가 한국 시장에 성공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전 세계 흡연자에게 다양한 맛과 가격대 등 여러 선택지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PMI 비전인 ‘연기 없는 미래’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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