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업계 카드사 7곳(신한·롯데·KB국민·현대·삼성·우리·하나) 중 4곳이 동남아 시장에서 영업을 개시하며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섰다. 4곳 중 3곳은 은행계 카드사다. 금융지주사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어서 계열 카드사들도 동남아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신한카드는 푸르덴셜베트남소비자금융(PVFC)을 인수하고 올 상반기 6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KB국민카드도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에 진출했다. 올해 캄보디아 법인에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우리카드의 미얀마 현지법인 '투투파이낸스'은 지난해 상반기 3억4600만원 적자를 냈지만, 올 상반기에는 순이익 10억5300만원을 기록했다. KEB하나카드의 경우 지난해까지 제휴사를 통해 베트남 카드매입프로세싱 사업을 진행했으며, 올해 들어선 시장 추이를 살피면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은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긴 어렵지만, 중장기적인 대출 수요가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대출 이자율이 보통 20% 이상으로 높다는 점도 금융사에 유리한 부분이다. 또 은행에 비해 카드사들이 동남아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수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주사들은 동남아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은행업을 하고 싶어하지만, 은행은 규제가 많아 바로 진출하기 힘들다"며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진입이 쉬운 업종이 카드, 캐피탈사"라고 밝혔다.
이어 "동남아 카드업계에 진출하면 카드 사용 고객들의 성향이나 금융시장 파악에 용이하다"며 "따라서 카드업이 자리를 잡으면 보험, 증권 등의 추가 진입 비용도 절약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즉, 은행계 카드사가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면 그룹 내 다른 금융사들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비은행계 카드사는 동남아 시장도 그림의 떡이다. 비은행계 카드사 세 곳(삼성·롯데·현대) 중 동남아 시장에 단독으로 진출한 곳은 롯데카드 뿐이다. 또 해외시장에서 수익을 낼 거라 장담할 수도 없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시장에서도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며 "최근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너무 많아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룹 차원에서 카드사에 대한 중장기적 투자를 할 지에 따라 동남아 진출 여부가 갈린다"고 전했다.
그룹의 영업 전략도 동남아 진출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지난해 3월 베트남에 진출했는데, 유통사와 연계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서지용 교수는 "최근 신시장 개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롯데카드를 비롯한 비은행계 카드사들도 중장기적인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서로 다른 환경과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