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격변기를 살아온 밀레니얼에게 영상은 ‘가로 먼저’가 맞다. 영상 콘텐츠가 4대 3 화면에 머무르던 2004년, 삼성전자는 세로 기기인 전화기로 가로 영상을 볼 수 있는 가로본능 폰(SHC-V500)을 내놨다. 미디어 환경에 맞춘 합리적 선택이자 파격이었다.
15년이 흐르는 사이 영상 환경은 급변했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이후 스마트폰으로 찍은 세로 화면 영상이 쏟아져 나왔다. 종이신문들도 살 길을 찾아 세로 영상을 내놓기 시작했다. 뒤늦게 재조명된 직캠으로 무명 아이돌의 일정표가 뒤바뀌었다. 소파에서 손으로 옮겨진 영상은 다시 소파 앞으로 향할 차례가 됐다.
제품 아래 4.1채널 60와트 스피커가 탑재돼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은 물론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제품 자체가 커다란 이젤처럼 생긴 덕에 각종 풍경과 사진 등을 대기화면으로 사용하면 집안 분위기도 달라진다. 다만 무게가 33.9kg이라 옮기기는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으로 밀레니얼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두 가지 요인이 제품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가장 큰 단점은 2030의 지갑 두께다. 200만원짜리 전화기도 불티나게 팔린다지만 43인치 TV 가격이 189만원이라는 점이 구매를 망설이게 한다. 삼성전자가 함께 내놓은 더 세리프 TV와 더 프레임 모두 43인치 가격이 159만원이다. 온라인에서 43인치 TV를 검색하면 40만원대에 삼성 UHD LED TV를 구입할 수 있다. 내집 마련 대신 내방 마련이 지상 과제인 젊은 세대에게 더 세로는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한다. 높이나 앞뒤 각도 조절도 못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더 세로 판매량은 아직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로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제품 리뷰로 유명한 유튜버를 제외한 일반 영상으로 만나기도 쉽지 않다. 유튜버 리뷰 영상 아래 달린 댓글만 봐도 “집에 이미 TV가 있는데 200만원이나 들여 새로 세로를 사기엔 너무 비싸다”, “미러링, 얇은 베젤, 돌비 사운드 다 좋은데 과연 화면을 세로로 볼 일이 얼마나 있을 지…인테리어용으로는 좋은데 주 TV용으론 꺼려진다”는 반응이다.
그럼에도 더 세로가 단종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세로형 영상은 전통 미디어를 위협하는 각종 플랫폼의 주요 화면비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오래 앉아 볼 만한 세로 영상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진다면, 어느새 TV시장은 가로형과 세로형으로 나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사람들은 논란의 여지 없이 묻고 답 할 것이다. 세로형 TV는 삼성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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