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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人] 경제보복 아베 신조, 그는 정치인이다

이성규 기자 2019-07-01 17:24:51
트럼프, 미일안보조약 불공정 비판...일본 경제 보복 오버랩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MBN 방송 캡쳐]

[데일리동방] 일본 정부가 한국에 사실상 경제보복을 단행했다. 자유무역을 강조하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기존 입장과 정반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 보수 역사는 ‘전쟁’과 ‘평화’라는 모순 속에서 전자 쪽으로 끊임없이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공조(미일안전보장조약)는 빼놓을 수 없다.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의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이번 사안도 결국 경제가 아닌 정치의 문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스마트폰과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했다. 양국간 신뢰가 현저히 훼손됐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라 할 수 있다.

징용과 무역은 별개 문제라는 점에서 아베 총리가 주장해왔던 자유무역주의를 스스로 뒤엎었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일본 보수 역사와 아베 총리의 면면을 보면 이번 결정은 이미 예견됐다고 볼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집권 초기부터 ‘3개의 화살(미쓰야, 三矢)'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대담한 금융완화 ▲기동적인 재정운용 ▲민간투자를 끌어내 성장으로 이끄는 전략이다.

우선 주목할 점은 ‘미쓰야’ 그 자체다. 이 단어는 지난 1965년 당시 방위청 장관이었던 고이즈미 준야에 대한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면서 일본사회를 발칵 뒤집는다. ‘통합방위도상연구회’라는 곳에서 논의된 전략으로 한반도 전쟁 재발시 핵폭탄을 떨어뜨리고 주일 미군과 함께 자위대가 한반도에 상륙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여기서 ‘미쓰야’는 미국과 일본, 남한의 공조를 강조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1960년 반대하는 야당을 끌어내고 자위대 문제에서 평화헌법을 무력화 시키고 신(新)미일안보조약을 체결한 기시 노부스케는 아베 총리의 외조부다. 한편 미쓰야 스캔들로 고이즈미 준야가 방위청 장관에서 물러날 당시 수상이었던 사토 에이사쿠는 3년 후 ‘비핵 3원칙’을 선언한다. 사토 에이사쿠는 아베 총리의 작은 외조부다.

3(三)이라는 숫자는 물론 미쓰야 단어 자체는 아베 총리에게 친숙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양보란 없는 ‘강한 추진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 역사에서 평화헌법과 미일안전보장조약은 큰 줄기다. 미국은 일본에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제거하려했다. 하지만 동북아지역에서 소련에 대한 견제가 필요해지면서 일본과 안전보장조약을 맺고 미군을 주둔시켰다. 일본은 미국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며 자위대를 창설한다.

일본 보수 역사는 ‘평화’와 ‘전쟁’이라는 모순 사이에서 미일안전보장조약(전쟁)으로 무게를 실으려는 과정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일안전보장조약을 파기할 생각은 없지만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일본을 위해 싸우기로 했지만 미국이 공격을 당할 때 일본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불평했다. 여기서 말하는 ‘미국이 공격을 당할 때’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과거 소련에 이어 현재는 대 중국 전략에 있어 미국의 앞에 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종합하면 대 한국 제재를 넘어 중국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가 이번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관련 조치에 대해 비난을 가하는 것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미국을 따라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던 만큼 경제 조치 이면에 정치 문제가 짙게 깔려있는 셈이다.

아베 총리는 경제인이 아닌 정치인이다. 그에게 표심은 전부나 다름없다. 이달 하순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외부의 적(敵)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다. 미쓰야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미국의 암묵적 도움(엔화 약세 용인)을 간과하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대 한국 수출 제한 조치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 기업들이 관련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나라로 수입처를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앞에 다가온 선거를 감안하면 경제는 차후 문제다. 아베 총리는 명백한 정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