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도 돈을 들고 트럼프를 찾는다. 애매모호하지 않은 그의 편에 서는 것이 경영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판단이다. 트럼프는 미국만이 아닌 세계 경제 대통령인 셈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한 국내 그룹 최초 회장이 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신 회장과 백악관에서 만나게 돼 기쁘다”며 “롯데는 루이지애나에 31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 중 미국에 투자한 가장 큰 규모이자 수천개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주지하다시피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전 부동산 개발 등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가였다. 비즈니스에는 뛰어날지 모르지만 그의 직설적이고 거친 발언에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 2015년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 경선 출마 후 2016년 역대 가장 많은 득표수로 대선주자가 됐다. 민주당원으로 활동했던 만큼 공화당 내 반발과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니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는 결국 미국의 45대 대통령이 됐다.
선거기간 중 공헌한 것처럼 당선 이후 외교 정책에서 ‘미국’을 강조해왔다. 무역, 군사 등 다양한 방면에서 미국만 손해를 볼 수 없다며 상대국들을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자유무역주의 시대에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미국이 고립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예상은 틀렸다. 세계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나홀로 성장’하는 미국은 트럼프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로 만들었다.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경제 체력을 확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그의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발언이 현실이 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행동을 종합해보면 그는 ‘경계’가 분명한 사람이다. 각종 협상에서 양보하는 일도 거의 없다. 오롯이 ‘미국을 위해’ 모든 것을 추진한다. 세계 여러 국가들은 물론 각국 기업들도 이제는 그의 반대편에 서는 것을 두려워할지 모른다. 특히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와 국내 기업들은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미래에 대해 불안할 수 있다. 당선 후 초기 그의 임기말을 두고 “미국 최악의 대통령 혹은 최고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3대 요소로는 군사, 에너지, 금융이 꼽힌다. 에너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미국은 셰일에너지 개발과 무역 압박으로 일부 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에도 서슴없이 “금리를 올리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월권이라 할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표현은 늘 명확하다는 점이 더욱 주목된다.
신 회장이 미국 투자를 결정한 배경으로는 미국의 성장을 지목할 수 있다. 경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그 이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계’에 대한 확고함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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